소니가 만든 슈퍼히어로 유니버스 SSU(Sony's Spider-Man Universe)는 언제나 기대와 우려 속에 전개되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톰 하디의 베놈이 있었고, 결국 세 번째 편을 마지막으로 트릴로지를 완성하게 되었죠. 흥미로운 점은, 왜 하필 '부작', 즉 세 편으로 끝맺는 선택을 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왜 트릴로지인가? 이야기 구조의 기본
트릴로지는 고전적인 이야기 구조에 가장 적합한 형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는 기승전결, 혹은 3막 구조로 구성되는데, 이는 캐릭터의 탄생, 성장, 완성이라는 흐름과도 일치합니다. 1편에서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소개하고, 2편에서는 갈등이 깊어지며 관계의 균열이 발생합니다. 마지막 3편에서는 모든 긴장이 해소되고 인물 간의 감정선이 정리되며, 스토리 전체가 마무리됩니다. 베놈 시리즈 역시 이 공식을 따릅니다. 1편에서는 에디 브록과 베놈이 처음 만나 어색한 공생 관계를 맺고, 2편에서는 카니지와의 충돌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의존과 신뢰를 쌓습니다. 마지막 3편에서는 이별이라는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며 시리즈를 아름답게 마무리합니다. 이처럼 세 편이라는 구조는 캐릭터의 성장을 단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업성과 팬덤: 가장 현실적인 이유
트릴로지가 선택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상업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1편이 흥행에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2편과 3편 제작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소니는 베놈이라는 IP를 통해 수익성과 팬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베놈 1편은 전 세계에서 큰 수익을 거두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고, 이는 곧 2편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2편은 평가가 엇갈렸지만 팬층을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죠. 팬덤은 베놈 캐릭터를 중심으로 점점 더 단단해졌고, 이 분위기 속에서 소니는 마침내 3편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할 결심을 했습니다. 트릴로지는 콘텐츠의 경제적 수명도 고려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한 편으로 끝나는 단발 영화보다 3편까지 연결되는 시리즈는 굿즈, 게임, 스트리밍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에도 훨씬 유리하죠. 또한 팬들이 느끼는 감정적 몰입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트릴로지 구조는 상업성과 팬 서비스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평가받습니다.
SSU의 방향성과 베놈의 독립성
베놈 3편은 소니의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인 SSU가 처한 현실적인 한계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당초 SSU는 마블의 MCU처럼 크로스오버 중심의 확장된 유니버스를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모비우스, 마담 웹 등 후속 작품들이 흥행과 평에서 모두 부진을 겪으면서, 소니는 한 캐릭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놈 3편은 그 변화의 상징 같은 작품입니다. 스파이더맨과의 대면이나 대규모 유니버스 연결은 철저히 배제된 채, 에디와 베놈의 관계와 정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리즈에 더 진정성을 부여하고, 팬들에게 더욱 감정적인 마무리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베놈은 SSU 내에서 가장 공고한 팬층과 상업적 성과를 갖춘 캐릭터입니다. 그만큼 소니는 베놈 시리즈만큼은 어설픈 확장보다 안정적인 완결에 집중하고자 했고, 이는 독립적인 서사 완결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SSU 전체가 아닌 한 캐릭터의 성장과 마무리에 집중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이번 시리즈를 의미 있게 만들었습니다.
빌런 ‘널’의 등장과 아쉬운 활용
이번 편에서 등장한 빌런 ‘널(Knull)’은 코믹스 팬들에겐 매우 익숙한 존재입니다. 그는 모든 심비오트의 창조주로, 원작에서는 어벤져스 전체가 힘을 합쳐 맞서야 했던 강력한 적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저 상징적인 존재로 짧게 등장하며, 그 위협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치 조기 등장했던 타노스처럼 설정만 전달된 채 본격적인 위협은 다음 기회로 넘겨진 느낌이죠. 이는 세계관 확장의 발판일 수 있지만, 이 시리즈를 끝내는 입장에서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베놈과 널의 연결 고리가 느슨하게 표현되었고, 궁극적인 전투는 베놈이 널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석이 괴물들과 싸우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로 보면 이번 작품은 철저히 에디와 베놈의 감정에 집중한 서사였기에 메인 빌런에 대한 압박이 덜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에어리언 51과 감정적 이별
베놈 3편의 클라이맥스는 라스베가스를 지나 도착한 미군 비밀 기지, 에어리어 51에서 벌어집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규모는 작지만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연출이 돋보입니다. 대규모 파괴보다 탈것, 무기, 심비오트와 동물의 융합이라는 설정이 돋보이며, 기존 시리즈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에디와 베놈의 감정적인 여정입니다. 히피 가족과의 만남, 로드트립 중의 대화, 그리고 마지막 이별의 순간은 단순한 히어로물에서 보기 어려운 정서적인 깊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숙주의 개념을 넘어, 마치 친구 혹은 또 다른 자아 같은 특별한 유대감으로 표현됩니다. 영화는 이런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관객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깁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가 아닌,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마무리는 트릴로지의 결말로서 충분히 의미 있었습니다. 어쩌면 베놈 시리즈가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결론: 끝났지만, 완성된 한 챕터
베놈과 에디의 이야기는 이번 3편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건 단순한 끝이 아니라 한 챕터의 완성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트릴로지라는 구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형식을 가집니다. 팬들이 기대했던 스파이더맨과의 정면 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한 캐릭터의 내면과 관계성에 집중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크로스오버가 전제되지 않아도, 하나의 이야기로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SSU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베놈 시리즈가 남긴 정서적 울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특히 톰 하디의 연기와 베놈 캐릭터의 유머, 감정 표현은 이번 편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이처럼 감정적이고도 인간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비록 아쉬움은 있지만, 뜨거운 작별의 순간은 관객들에게 진정한 만족감을 안겨주며, 한 편의 캐릭터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